배우자가 치매에 걸리면 자신의 위험도 증가할까? 대규모 연구가 비춘 간병인의 현실

배우자가 치매에 걸리면 자신의 위험도 증가할까? 대규모 연구가 비춘 간병인의 현실

치매는 '한 사람의 병'이 아니다 - 배우자에게도 퍼지는 보이지 않는 건강 위험

치매는 진단받은 본인에게만 발생하는 문제로 여겨지기 쉽다.

물건을 잊어버리는 일이 늘고, 시간이나 장소를 알지 못하게 되며, 그동안 당연하게 할 수 있었던 가사나 금전 관리가 어려워진다. 병세가 진행되면 가족의 얼굴이나 이름을 알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변화를 경험하는 것은 환자 본인이지만, 그 생활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탱하는 배우자도 또한 조금씩 일상을 잃어간다.

아침부터 밤까지 반복되는 확인에 대한 대응, 복약이나 통원 관리, 낙상이나 배회에 대한 경계, 가계나 행정 절차의 대리. 밤중에 여러 번 깨우고, 외출이나 친구와의 교류가 줄어들고, 자신의 건강 불량을 뒤로 미룬다.

그 결과, 돌보는 아내나 남편의 건강까지 해칠 가능성이 있다.

대만의 연구팀이 발표한 대규모 조사는 치매를 '환자 개인의 문제'로만이 아니라, '부부나 세대 전체의 건강 문제'로 인식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약 100만 명을 조사, 배우자의 발병 후에 위험 증가

연구는 대만의 공적 의료보험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1998년부터 2022년까지의 정보를 분석한 것이다.

대상은 대만에 거주하는 약 100만 명의 기혼자. 연구팀은 배우자가 새롭게 치매로 진단된 여성 약 11만 9천 명, 남성 약 7만 2천 명을 추출해, 연령, 성별, 소득, 거주 지역 등이 비슷한 대조군과 비교했다.

분석 결과, 배우자가 치매가 된 사람은 배우자가 치매가 아닌 사람에 비해 본인도 그 후 치매로 진단될 비율이 높았다.

연령이나 만성 질환, 의료기관의 이용 상황, 자녀의 수 등을 조정한 모델에서는 여성의 위험은 상대적으로 74%, 남성은 69% 높았다.

하지만, 이 숫자는 '배우자가 치매가 되면, 74%의 확률로 자신도 치매가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실제 5년간의 발병 비율을 보면, 배우자가 치매가 된 여성은 6.47%, 대조군의 여성은 3.72%였다. 남성에서는 각각 9.24%와 5.75%였다.

즉, 5년간의 절대적인 차이는 여성에서 2.75포인트, 남성에서 3.49포인트이다.

'위험이 74% 상승'이라는 표현만 보면 극단적으로 무섭게 느껴지지만, 상대 위험과 실제 발병 확률은 나누어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십만 명 규모의 대상을 비교해 일관된 차이가 확인된 것은 중요하다. 배우자의 치매 진단이 또 다른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치매가 부부 사이에서 '감염되는' 것은 아니다

이 연구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치매가 배우자에게 전염된다'는 오해이다.

치매는 감기나 인플루엔자처럼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감염되는 병이 아니다. 알츠하이머병, 혈관성 치매, 루이소체형 치매 등 여러 병이나 뇌의 장애로 인해 인지 기능이 저하된 상태의 총칭이다.

연구가 보여준 것은 부부의 한쪽이 치매가 되는 것과 다른 한쪽이 나중에 치매로 진단되는 것 사이에 통계적인 관련이 있었다는 점이다.

그 관련을 만들어낼 가능성으로 연구팀은 몇 가지 경로를 제시하고 있다.


부부는 오랜 세월 같은 생활 습관을 공유하고 있다

첫 번째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식사, 운동, 수면, 음주 및 흡연과 같은 생활 습관의 공유이다.

오랜 세월 같은 집에서 사는 부부는 같은 음식을 먹고, 비슷한 시간에 잠들며, 휴일을 함께 보내는 경우가 많다. 한쪽이 운동 습관을 가지지 않으면, 다른 쪽도 몸을 움직일 기회가 적어질 수 있다. 외식이나 염분이 많은 식사가 많으면 그 영향도 두 사람에게 미친다.

고혈압, 당뇨병, 비만, 지질 이상, 운동 부족, 흡연 등은 심장이나 혈관뿐만 아니라, 미래의 인지 기능과도 관련이 있다.

함께 사는 시간이 길수록 건강한 습관도 불건강한 습관도 비슷해진다. 그 축적이 부부 양쪽의 치매 위험에 영향을 미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생각하면 생활 습관을 개선할 경우에도 부부 단위로 접근하는 것이 지속하기 쉽다.

어느 한쪽만 운동을 시작하기보다는 두 사람이 함께 산책을 한다. 한쪽만 식사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가정의 식단 자체를 재검토한다. 부부를 같은 위험 환경에 두는 생활 습관은 동시에 두 사람을 지키는 습관으로도 바꿀 수 있다.


비슷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부부가 되는 영향

두 번째 가능성은 부부가 되기 이전부터 두 사람이 비슷한 요인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은 교육 배경, 수입, 직업, 생활 지역, 건강에 대한 생각 등이 가까운 상대를 파트너로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끼리, 외식이 많은 사람끼리, 같은 지역이나 직장에서 만난 사람들이 결혼하는 것은 드물지 않다. 교육을 받은 기간이나 경제 상황이 비슷하면 의료에 대한 접근이나 건강 정보에 접할 기회도 비슷하다.

치매에 대한 뇌의 내구력을 생각할 때는 교육, 일, 지적 활동 등에 의해 형성되는 '인지 예비능'이라고 불리는 개념도 중요시되고 있다.

부부의 한쪽이 치매가 된 후에 생활 환경만이 갑자기 다른 쪽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결혼 전부터 비슷했던 배경과 결혼 후에 공유한 환경이 오랜 세월 쌓여 있는 가능성이 있다.


돌보는 배우자에게 가중되는 만성적 스트레스

세 번째 가능성이자, 이번 연구가 큰 문제로 제기한 것은 돌봄 자체의 부담이다.

치매 돌봄에서는 신체적인 돌봄뿐만 아니라 끊임없는 판단과 경계가 요구된다.

식사를 한 것을 잊고 여러 번 먹으려 한다. 약을 먹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지갑이나 통장을 잃어버렸다고 호소한다. 익숙한 장소에서 길을 잃는다. 밤이 되면 불안이나 혼란이 강해진다.

돌보는 사람은 그때마다 상황을 설명하고 본인을 안심시키며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대응한다. 그러나 설명한 내용은 금방 잊혀지고 같은 대화가 반복된다.

돌보는 사람의 머릿속에서는 항상 '넘어지지 않을까', '밖에 나가지 않았을까', '약을 먹었을까', '불을 껐을까'라는 경계가 계속된다.

이러한 상태가 몇 주가 아니라 몇 년 단위로 계속될 수 있다.

만성적인 스트레스에 더해, 수면 부족, 우울증, 불안, 사회적 고립, 운동 부족, 불규칙한 식사 등이 겹치면 돌보는 사람 자신에게 큰 부담이 된다.

연구팀은 심리적 고통, 우울증, 수면 장애, 고립, 대사 이상, 염증, 불건강한 행동 등이 배우자의 인지 기능 저하와 관련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다만, 이번 연구에서는 돌봄 시간이나 수면 시간, 스트레스 호르몬 등을 직접 측정하지 않았다. 따라서 '돌봄 스트레스가 치매를 일으켰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보는 사람의 건강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문제 제기에는 충분한 무게가 있다.


소득이 낮고 자녀가 적은 가정에서 차이가 큰 경향

연구에서는 소득이나 자녀의 수에 따라 경향이 달랐다.

소득이 낮은 사람이나 자녀의 수가 적은 사람은 배우자가 치매가 된 경우의 절대적인 발병 위험의 차이가 컸다. 한편, 소득이 높고 자녀가 많은 사람은 차이가 작아지는 경향이 보였다.

그 배경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돌봄에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의 차이다.

경제적 여유가 있으면 방문 돌봄이나 데이 서비스, 단기 입소, 가사 지원 등을 이용하기 쉽다. 돌보는 사람이 쉴 시간을 확보하거나 전문가에게 대응을 맡길 선택지도 늘어난다.

자녀나 친족이 가까이 있다면, 통원 동행이나 쇼핑, 행정 절차 등을 분담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가계에 여유가 없고 의지할 가족도 적은 경우, 거의 모든 역할이 한 사람의 배우자에게 집중된다.

물론, 자녀가 많다고 해서 반드시 돌봄을 돕는 것은 아니다. 먼 곳에 살거나 관계가 소원한 경우도 있다. 연구에서도 자녀의 수는 실제 돌봄 참여를 직접 나타내는 데이터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봄을 한 사람에게 집중시키지 않는 것이 돌보는 사람의 건강을 지키는 데 중요하다는 것은 틀림없다.


SNS에서 보이는 '나도 치매가 아닐까'라는 불안

 

SNS나 온라인의 돌봄자 커뮤니티에서는 이번 연구가 발표되기 전부터 '돌봄을 시작한 이후로 나의 건망증도 늘었다'고 호소하는 글이 반복적으로 보인다.

해외의 치매 돌봄 커뮤니티에는 다음과 같은 취지의 목소리가 게시되어 있다.

'돌봄을 시작한 이후로 이야기를 들은 직후에 내용을 잊어버리게 되었다'

'자신의 일정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약, 계좌, 세금, 통원 일정까지 모두 관리하고 있다. 머릿속에서 걱정거리가 항상 움직이고 있다'

'수면 부족과 긴장이 계속되어 자신의 뇌까지 작동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치매가 두 사람의 생명을 앗아간다는 표현이 실감으로 이해된다'

이것들은 의사의 진단이 아니라 개인의 체험담이다. 강한 스트레스, 수면 부족, 우울증, 불안, 갱년기 변화 등으로도 집중력이나 기억력은 일시적으로 저하될 수 있다.

건망증을 느꼈다고 해서 바로 치매라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한편으로, '돌봄을 하고 있으니 피곤한 것이 당연하다'며 증상을 모두 참아버리는 것도 위험하다. 돌보는 사람 본인의 건강 변화나 인지 기능 저하가 간과되면 부부 두 사람의 생활이 동시에 유지되지 않을 위험이 있다.

SNS상에서는 불안을 털어놓은 돌보는 사람에게 '휴식을 취해달라', '지원 그룹과 연결되라', '혼자서 돌봄을 계속할 수 없어도 애정 부족이 아니다'라고 격려하는 반응도 많다.

거기서 보이는 것은 돌보는 사람이 원하는 것은 정신론이 아니라 실제로 쉴 수 있는 시간과 역할을 대신해줄 사람이라는 현실이다.

덧붙여, 이러한 공개 게시물은 여론 조사라기보다는 치매 돌봄에 고민하는 사람들이 모이기 쉬운 커뮤니티의 목소리이다. 사회 전체의 의견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지만, 통계만으로는 보이지 않는 돌보는 사람의 절박감을 나타내고 있다.


'가족이니까 돌보는 것이 당연하다'는 압력

치매 돌봄에서는 돌보는 사람 자신이 한계를 인정하기 어려운 문제도 있다.

오랜 세월 함께한 상대를 시설에 맡기는 것에 죄책감을 느낀다. 외부의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면 자신이 책임을 포기한 것처럼 느낀다. 주변에서 '부부니까 끝까지 지지해야 한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24시간의 감시나 도움을 한 명의 고령자가 계속 맡는 것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한계가 있다.

돌보는 사람이 쓰러지면 결과적으로 환자 본인도 생활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돌봄 서비스나 단기 입소를 이용하는 것은 애정이 없다는 증명이 아니다. 오히려 부부의 생활을 오래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다.

쉬는 것은 돌봄에서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돌봄을 계속하기 위해 필요한 행동이다.